[다산칼럼] '사당화'로 부패한 정당정치, 이젠 바꿔야

입력 2024-03-19 18:37   수정 2024-03-20 00:30

국회는 의원들이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고 나라 예산을 확정하는 국가기관이다.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300인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하지만 선거 공천이나 최근 새로 창당한 정당의 모습을 보면 ‘사익’에 매몰돼 ‘공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정당의 ‘사당화’ 때문이다.

최근 정당에서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그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는 공적(公的) 영역인데 사적 영역으로 되면 그건 부패다. 따라서 사당화가 원인이라면 공익을 찾기 어려운 사익 부패 공천은 결과다.

고대 그리스 이래로 정치는 가계·집안(oikos)과 구분된 공적 영역의 행위였다. 그리스인들은 노동은 노예가, 가사는 여성이 담당하고, 남성은 정치에 참여해 사적 문제가 아닌 공동체 문제를 다루고 결정했다. 이 때문에 법을 만들고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공적 일에 관심 없는 자(idiot)’라고 경멸했다.

정치를 “집단들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집행하는 행위 또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면, 집단적 결정과 집행이 핵심이 돼 ‘공적인 일’을 다룬다는 의미가 정치에 내포된다. 물론 현실 정치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이익을 찾느라 부딪치고 싸우는 과정이 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천을 보자. 더불어민주당은 ‘시스템 공천’ 또는 ‘공천 혁명’이라고 자찬하지만, 언론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라고 희화화하고 있다. ‘친명’이 눈에 띄게 많이 공천받고, ‘대장동 사건’ 변호사가 대거 공천된 결과를 보면 총선 후 이재명 대표 당권 장악을 위한 지지 세력 확보 내지는 당대표를 위한 ‘방탄’ 이외의 이유를 찾기 힘들다. 당권 장악을 위한 공천이든 방탄 국회를 만들려는 목적의 공천이든 결국 당대표 사익이 공천 핵심에 자리한다.

조국혁신당도 사당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민주당 사당화에 대한 실망으로 조국혁신당이 지지받는 듯하지만 조국혁신당의 본질은 ‘조국의 조국을 위한 사당’ 만들기다. 정당이 개인 분풀이의 도구가 되는 모양새다. 조국혁신당이 기존 정당과 다른 새로운 민생 공약이나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정당 1호 공약으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약속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과 부인, 딸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너도 당해 봐라’는 식의 사적 복수가 공당 운영에 개입된다면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는 부패일 뿐이다.

개혁신당 역시 다분히 이준석 대표와 ‘용산’과의 불화, 민주당 탈당 두 의원과 이재명 지지 집단과의 불화라는 사적인 감정이 창당의 기초가 됐다. 새로운미래 또한 민주당 당내 친명·비명 갈등이 창당의 기반이 됐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국가 비전 실현을 위한 창당이 아니라 다분히 사적 감정이 창당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신생 정당들이 사당화 수준을 넘어 공당으로 자리 잡지 못해 아쉽다.

사당화의 가장 큰 폐해는 당대표의 특권정치다. 당대표 특권을 견제할 레드팀이 없으니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국민을 우롱하는 결정이 쉽게 이뤄진다. 공천에서 납득이 어려운 불합리한 결정이 내려져도 이의 제기는 묻힌다. 모집 당원이 10만 명을 넘었다는 공당에서 정치 보복이 버젓이 공약이 되고, 지역구 출마는 없고 비례로만 의원을 당선시키겠다는 부끄러운 결정이 내려져도 내부 이의 제기는 찾기 어렵다.

사당화의 또 다른 폐해는 선거가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시대정신을 담은 국가 미래 비전과 지역 민생 공약이 허공 속에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지 않아도, 공약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정당정치가 됐다. 당대표 특권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당화와 당대표 특권 폭주를 막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치를 공동체 전체의 것으로 만드는 공화주의 정치 복원과 시민의 ‘나라 사랑’ 견제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투표로 사당화 부패와 당대표 특권정치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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